이책은
기후 위기를 경고하는 환경운동가가 '진보'를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기술 유토피아주의자도 '진보'를 말한다. 탈성장을 외치는 활동가도, '위대한 미국'을 약속하는 포퓰리스트도 저마다의 '진보'를 말한다.
모두가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는데, 왜 세계는 후퇴하고 있는가?
슬라보예 지젝은 이 역설의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간다. 『진보에 반대한다』는 '진보'라는 단....+전체보기어를 심문대에 올려놓는다. 누가 이 단어를 점령했는가. 그들이 말하는 '더 나은 미래'에서 무엇이 배제되고, 무엇이 희생되는가. 13편의 에세이를 통해 지젝은 우리 시대 가장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도둑맞은 미래]
'진보'라는 단어는 도둑맞았다.
지젝에 따르면, 신자유주의자와 트럼프식 포퓰리스트, 자기 계발 산업과 가속주의자들은 '진보'라는 개념을 인질로 삼았다. 이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을 가리키면서 "이것이 앞으로 가는 길"이라고 외친다. 문제는 이 상충하는 비전들이 하나의 공통점을 가진다는 것이다. 모두 현재의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질문하지 않는다.
지젝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불교 경제학까지, 탈식민주의 운동에서 상대성 이론까지, 젠트리피케이션에서 푸틴과 마린 르펜까지, 또 메리 포핀스에서 라캉과 레닌까지 종횡무진하며 온갖 인물과 개념을 호출한다. 지젝 특유의 방식-예상치 못한 곳에서 통찰을 끌어내는 -은 여전하다. 그러나 이 책의 핵심은 단순한 지적 유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진보' 담론들이 작동할 때 무엇이 배제되고 희생되는지, 그 이면의 욕망과 부인과 부정의 역학을 추적하는 것이다.
[지젝, 구체적 현실 앞에 서다]
헤겔, 라캉, 마르크스를 넘나드는 글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진보에 반대한다』는 에세이 형식 덕분에 한 편씩 독립적으로 읽을 수 있고, '웹 소설’과 여러 영화 등의 풍부한 대중문화 사례가 철학적 개념의 길잡이가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추상적 사변에 머물지 않는다. 지젝은 "분명한 대안이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쓴다. 염세주의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거짓 희망에 기대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라는 주문이다. 지젝의 철학은 독자에게 편안한 위로를 주는 대신 불편한 질문 앞에 직접 서게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진짜 사유가 시작된다.
[파국을 직시할 때 희망은 피어난다]
세계의 종말이 임박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진보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지젝은 이 둘 사이에서 제3의 길을 제안하지 않는다. 대신 질문하는 법을 바꾸라고 말한다.
목적론 없이 계획하고, 종말론 없이 행동하라. 거짓 희망을 버릴 때 비로소 현실을 직시할 수 있고, 현실을 직시할 때 비로소 변화의 조건이 열린다. 『진보에 반대한다』는 절망에서 출발하되 절망에 머물지 않는, 그래서 역설적으로 가장 희망적인 책이다.?
목차
- 한국어판에 부쳐
- 진보와 그 변이들
- 진보에 반대한다
- 가속
- 홀로그램식 역사
- 절대 불변자
- 최악 만들기
- 구체적 상황의 구체적 분석
- 내전
- 권위
- 악화일로
- 우리는 바이오매스다
- 세계의 종말
- 부인
- 역자 해설 | 진보로 거듭 되돌아가는 길
- 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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