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누구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개념은
어떻게 잔인하고 위협적인 교리가 되었을까?
누구나 자신의 내적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개념에 근거해 1960년대에 미국에서 꽃피웠던 행복이라는 환상은 현대에 이르러 구조적 불평등을 지속하고 일반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채택하는 잔인하고 위협적인 교리로 바뀌었다. 가부장적 제도와 자본주의의 착취....+전체보기에 대한 저항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개인의 자유와 성적 자유에 대한 개념은 기업의 슬로건으로 재포장되어 대상자들을 착취로 끌어들이는 수사학적 기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제니 디스키Jenny Diski(1947~2016, 영국의 작가)는 그녀의 저서 『1960년대The Sixties』에서 “우리는 광적인 개인주의와 이익을 신성시하는 새로운 세계가 오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라고 했으며, 1960년대는 “개성을 추구하고 20세기 중반의 막다른 현실에 불편해하며 반항하는, 충동의 시기였다”라고 썼다. 그 후 디스키와 그녀의 친구들이 미처 의식할 틈도 없이, 마거릿 대처(1935~2013)와 로널드 레이건(1911~2004)이 나와서 디스키와 그녀의 친구들이 선호하는 리버티liberty, 퍼미션permission, 프리덤freedom이라는 말을 훔쳐 자신들의 우익정치 의제에 적합하게 그 의미를 왜곡해 사용했다. _「서론」, 13~14쪽
자아실현은 이제 막대한 수입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로 향하는 길이 되었다. 이 새로운 인식 과정에 참가한 이들은 합법적으로 그들에게 속한 것을 획득하고 즐기는 법을 배웠다. 올더스 헉슬리가 개발한 인간 잠재력에 대한 본래 메시지는 이제 이기심 추종으로 변모했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 잠재력에 대한 비전에서 전문가로서의 성공과 거대한 부를 향한 경향에 맞춰 행복과 자아실현을 결합한 교활한 판매원과 동기부여 지도자들이 주도했다. _「2장강박적 나르시시즘」, 82쪽
빌헬름 라이히,
진정성과 성적 쾌락을 연결해 '행복이라는 환상’을 제시하다
1920년대에 프로이트에게 강한 인상을 준 빌헬름 라이히는 성적 쾌락의 본질에 도덕률을 결합한, 행복에 관한 특이하지만 뚜렷한 비전을 제시한다.
라이히는 행복을 진정성에 연결한 최초의 인물은 아니다. 장자크 루소(1712~1778)부터 예나Jena 낭만주의자들을 거쳐 랠프 왈도 에머슨(1803~1882)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 1862) 등 미국 선험론자들에 이르기까지 이 분야의 일련의 선도자들을 생각할 수 있다. 라이히는 행복과 성적 쾌락을 연결한 최초의 인물도 아니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인 마르키 드 사드(1740~1814) 후작은 성생활과 쾌락이 행복과 개인의 자유를 위한 토대를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라이히는 이 두 이상을 하나로 모아 행복이라는 환상 혹은 그가 '성적 행복’이라고 즐겨 부르던 그 형태로 표현한 최초의 인물이다. _「서론」, 24~25쪽
라이히는 기이한 성 이론을 전개하여 프로이트와 반목하고 빈 및 베를린 정신분석학회와 국제정신분석협회에서 축출되어 여러 국가를 전전하다가 마침내 미국에 정착한다. 그는 직접 고안한 오르곤 축적기를 판매하다가 “사회를 향해 편집증적인 조작을 일삼는 사기성 있는 정신분석가”로 비난받으며 미국의 감옥에서 생을 마쳤지만, 그의 사상은 1960년대에 전통과 보수적인 가치, 특히 성적 해방 및 개인 해방에 대한 저항에 중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는 그의 사후 수십 년 동안 우리 문화에 깔끔하게 통합될 행복 이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행복을 진실성의 추구로 생각하고, 그것이 즐거운 삶을 목표로 한다는 것은 오늘날 결코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것은 표준 개념이다. 행복은 개인적 추구, 즉 일종의 선택이다. 하지만 그 시절에 행복은 그렇게 여겨지지 않았다. 1920년대에 오스트리아의 분석가였던 라이히는 개인이 성적으로 해방되어야 한다는 가정 아래 자신의 행복 비전을 홍보하기 시작했고, 격렬한 저항에 부딪쳤다. _「1장빌헬름 라이히와 함께 침대에서」, 37~38쪽
강박적 나르시시즘
2017년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사를 들으며 '행복이라는 환상’에 부고장을 날리는 책의 첫머리와, 어떤 짓을 하더라도 도망갈 수 있는 알파 남성의 즐길 권리에 맞서는 페미니스트의 연대를 거론하는 결말은 다소 철지난 이야기로 비칠지 모른다.
그러나 책을 관통하는 환상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현재진행형인 현대인의 불행과 마주하게 된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나르시시즘적 환상이 나를 시장에 내놓기 위한 강박적 나르시시즘으로 탈바꿈하면서 사람들은 수면까지 위협받는 24/7 직장문화에 매몰되고, 일을 위해 약물까지 사용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에서 평균적인 사람이 20세기 초에는 10시간, 1950년대에는 8시간, 그리고 오늘날에는 6시간 30분 동안 잠을 잔다고 주장한다. 크래리의 주장처럼, 우리는 이제 끊임없이 깨어 있어야 하고, 중단 없이 일해야 한다. 이 논리에 따르면 수면은 24/7 자본주의에 대한 장벽의 한 형태가 된다. 이제는 수면 또한 생산성 논리에 종속될 위기에 처해 있다. _「3장 행복 주식회사」, 134쪽
정신과 의사와 제약회사의 지원으로 이제 마약은 우리가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기능적이고 생산적이며 능률적인 사람이 되도록 도와준다. 실리콘 밸리의 기업가 그룹들은 아야와스카와 LSD를 더 창의적인 상품으로 변화시키는 실험을 하고 있다. 미국 대학생 상당수가 그들의 학업 능률을 향상하기 위해 애더럴과 모다피닐을 복용한다. _「서론」, 28쪽
믿을 수 있는 불가능한 환상을 꿈꾸며!
한국인들에게 권하는 행복 철학 교양서
이 책은 '행복이라는 환상’의 역사를 추적하면서 '행복이라는 환상’이 어떻게 기업문화와 전반적인 심리치료 및 제약 담론과 함께 채택되고 통합되었는지에도 주목한다.
저자는 지난 세기 동안 '좋은 삶’의 개념을 형성해 온 행복이라는 환상은 소수의 목적에만 부응하면서 그 매력을 잃어버렸다고 강조한다. 그는 이것이 좋은 소식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좋은 소식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가 진정성, 쾌락주의, 자기 억제의 남근 숭배 환상을 넘어서 새로운 환상을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_「결론」, 207쪽
“잔인하고 망상적인 것으로 판명된 환상을 고수하기보다 차라리 믿을 수 있는 불가능한 환상”을 꿈꾸며 글을 맺는 이 책은 행복학 개론 수준을 넘어 행복 철학을 논하고 있어 읽기에 다소 까다로운 면도 있다. 그러나 행복에 대한 주관적인 인식(자살률 세계 1위)과 객관적인 국제적 평가(웰빙 국가 순위 상위권) 사이에 큰 간격이 있는 한국인에게 자신을 돌아볼 '생각의 시간’을 선사할 것이다.
목차
서론
행복이라는 환상: 부고장/행복: 도덕적 환상/1960년대의 약속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잔인하고 위협적인 교리/행복이라는 환상의 간략한 역사
1장 빌헬름 라이히와 함께 침대에서
라이히와의 조우/라이히가 프로이트를 만났을 때/성혁명의 형성/금욕 또는 완전한 오르가슴/쇠퇴와 붕괴/원치 않은 성혁명 지도자라는 유산
2장 강박적 나르시시즘
자기....+전체보기중심주의 시대 10년/베르너 에르하르트의 성공과 실패/영감을 주는 메시지의 잔인성/우리는 지금 모두 나르시시스트들이다/현대식 고백
3장 행복 주식회사
혼자 즐겁게 지내세요/비트 코퍼레이션/진정성의 숨은 비용/불안정한 존재의 격렬성
4장 행복감 높이기
깨우고 소통하고 벗어나라/의약품에 맞선 사례/프로작과 진정한 약속/행복의 병리학/뛰어난 약물의 적합성
5장 즐거운 남자들
포괄적인 즐거움/쾌락 죽이기/남성적인 절망에 대한 간략한 사례 연구/알파 남성의 즐길 권리
결론
트럼프의 행복이라는 환상/페미니스트의 행복이라는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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