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이건희 컬렉션의 시작과 완성을 함께한
이종선 관장이 들려주는 숨겨진 수집 이야기와 대표 명품 순례기
2021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들이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은 공개되자마자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조선산수화의 정점이라는 정선의 〈인왕제색도〉, 현대 한국미술의 거장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한국인이 가장 사랑한 화가 이중섭의 〈흰 소....+전체보기〉, 모네의 대표작 〈수련이 있는 연못〉 등 그 화려한 작품들의 면면은 '세기의 기증’이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11,023건, 23,000여 점이라는 엄청난 규모와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만 60점이 넘는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별도로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기로 결정했고, 그 부지 선정을 둘러싼 지자체 간의 치열한 경쟁이 사회적 이슈가 될 정도였다.
1976년에 삼성문화재단에 합류한 이후 20여 년간 수집과 미술관 건립을 주도하며 실무를 총괄한 이종선 관장은 이처럼 전례를 찾기 힘든 '이건희 컬렉션’이 어떻게 수집되었는지 그 과정 하나하나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기에, '이건희 컬렉션’의 의의를 가장 잘 알려줄 수 있는 적임자이다. 바로 옆에서 지켜본 수집가로서 이건희 회장의 알려지지 않았던 면면과 이건희 회장이 사랑했던 명작에 대한 상세한 소개, 그리고 그 수집 과정에 숨겨진 에피소드와 기증기관과 기증품 주요 내역, 외국 기증 사례, 건립될 이건희미술관에 대한 조언을 정리한 부록까지 더해 '이건희 컬렉션’ 안과 밖의 총체적인 모습을 한 권에 담아냈다.
“이번 기증품 가운데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유물은 고미술품 21,693점으로 전체의 94퍼센트에 달한다. 국보와 보물 60건, 중량급 석조물 834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양도 양이지만 질 또한 엄청나다. 특히 국보는 그냥 국보가 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헉!’ 소리가 나올 정도다. 우리나라 기증의 역사를 새롭게 다시 써야 할 판이다.”-14쪽
빅 컬렉터 이건희의 명품주의
초특급 컬렉션의 탄생과 완성
이건희 회장의 수집 활동을 실무를 책임졌던 이종선 관장은 '이건희 컬렉션’의 가치는 단순히 유명하고 비싼 작품들이 많아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이종선 관장은 수집가로서 이건희라는 인물을 되돌아볼 때 '이건희 컬렉션’의 진정한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집 활동이라고 하면 '허영의 과시’라든가 호사스러운 취미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이 평생 수집했던 미술작품 컬렉션은 재벌가의 사치나 허영으로 결코 치부할 수 없는 목적과 방향성, 그리고 취향을 담고 있다. '이건희 컬렉션’의 진정한 의의는 이건희 회장이 평생 수집한 작품들을 함께 살펴볼 때 잘 드러난다. 이건희 회장은 절제를 중요시한 선대 이병철 회장과 달리 작품 자체의 질을 중요시해서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좋은 작품인지를 우선적으로 보았다. 이것은 명품주의, 1등철학을 내세운 그의 경영철학과도 맞아 떨어진다. 초일류 기업을 부르짖으며 삼성이라는 기업의 도약을 일구었던 그가 수집에서도 '초일류 컬렉션’을 목표로 삼았다는 부분에서 수집가로서의 취향과 성격까지 엿볼 수 있다. 그의 명품주의에 따라 '국보 100점 프로젝트’라는 야심찬 목표가 시작되는데, 이건희의 '초일류-명품주의’가 미술품 수집에도 적용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돈이 있다고 해서 누구나 다 좋은 작품을 수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건희 컬렉션’이 이렇게 높은 수준의 작품을 모을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건희 회장만의 결심과 추진력, 그리고 작품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이건희 컬렉션’을 제대로 다루려면 2022년의 대규모 기증품 못지않게 그의 수집 내용 전체를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그의 인생관이나 경영철학도 빠뜨려선 안 된다고 믿었다. 왜냐하면 '수집’은 경제적인 여유나 관심이 있다고 그냥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어렵고도 고된 작업으로, 투철한 의지가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
〈백자 달항아리〉에서 〈수련이 있는 연못〉까지
겸재 정선에서 마크 로스코까지, 단 한 권에 담은 컬렉션의 정수
이건희 회장이 평생 수집한 작품들은 그 종류와 다양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책에서 이종선 관장은 '이건희 컬렉션’을 포함해 이건희 회장이 평생 수집한 작품 중 69점의 명작을 엄선하여 고미술품과 한국 근현대 미술품, 외국 미술품 세 가지로 분류하여 소개한다.
고미술
삼성가는 이병철 회장부터 고미술품 수집에 적극적이었는데, 이건희 회장 역시 부친의 뒤를 이어 수많은 고미술품 명작을 수집했다. 가야 금관과 청자에 관심이 많았던 이병철 회장과는 달리, 이건희 회장은 말수 적은 성정이 덤덤한 백자와 잘 맞았는지, 30대 시절부터 소리 소문 없이 백자와 목기를 수집했다. 국보 〈백자 청화매죽문 항아리〉, 〈백자 청화죽문 각병〉, 〈백자 달항아리〉는 그중에서도 최고의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이건희 회장은 일어로 '구로도玄人’라는 평이 날 정도로 백자에 조예가 깊었는데, 수집가의 수준을 넘어 감정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건희 회장은 도자기류뿐 아니라 모든 시기를 망라해서 다양한 고미술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수집했다. 청동 방울 유물, 고려 〈천수관음보살도〉, 민화를 재발견한 〈호피장막책가도〉 등 그 미적 아름다움과 함께 역사적 가치를 지닌 소중한 고미술 작품 15점을 소개한다.
“사람들은 삼성의 고미술 컬렉션이 대부분 이병철 회장의 유산인 줄 알지만, 리움의 고미술 컬렉션 대부분은 실상 이건희가 주도했다. 무엇이든 한번 빠지면 끝을 봐야 하는 성격의 이건희는 한동안 고미술에 깊이 빠져 걸작을 적극적으로 매입했다.”
한국 근현대미술
이건희 컬렉션을 다룬 수많은 언론기사와 출판물에도 불구하고, 인왕제색도, 백자 달항아리, 김홍도 등의 고미술 수집품과 모네, 고갱, 로댕, 피카소, 마크 로스코 등의 외국 미술 수집품에 비해 이건희 컬렉션의 한국 근현대미술 수집 작품은 상대적으로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덜 받았다. 저자는 이건희 컬렉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한국 근현대미술 작품의 매력을 35점의 작품을 통해 본격적으로 조명한다.
이건희 회장이 수집한 한국 근현대 작품들은 그 규모 면에서부터 압도적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작품만으로도 한국 미술의 역동적 변화와 발전상을 살펴볼 수 있을 정도이다. 동양화의 전통을 이어받은 김은호, 이상범부터 뒤를 이은 김기창, 장우성를 거쳐 독자적인 길을 모색한 김환기, 유영국, 이중섭, 장욱진, 박수근, 천경자에 이르기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근현대 거장들의 중요 작품들이 모두 모여 있을 뿐만 아니라 근대의 태동기에 서구의 인상주의 표현주의 등 서양의 화풍을 받아들이고 소화하며, 다시 서구 본류를 따라가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일궈나가는 한국 미술계의 변천사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회화 부문뿐 아니라 조각 부문의 윤효중, 권진규, 김종영 등 대표작가와 백남준의 현대미술 작품까지 한국 근현대미술계의 총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이들은 과거 '전통 동양화’로 일컬어지던 부류의 그림들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전통적인 수법에서 벗어나 서양 회화의 영향을 소화·흡수해 다시 한국적으로 현대화하는 등 크게 변모시키려 노력했다. (…) '한국화’가 소위 '동양화’를 극복하고 새로운 회화 세계를 다양하게 창출해냈다. 미술사적인 의미에서, 이건희 컬렉션의 한국화 부문은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외국 미술
제3세계 수집가에게 해외 작품을 수집한다는 것은 단순히 돈이 많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미술시장에 대한 동향과 네트워크, 수집가의 취향과 추진력이 필요한 활동인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본격적으로 수집 활동을 시작하면서 컬렉션에 외국 미술 작품이 크게 보강되었다.
해외 미술시장에 관한 정보가 부족했던 시절에도 이건희 회장은 르누아르, 고갱, 마티스, 피카소, 샤갈, 미로 등 근대미술의 황금기를 빛낸 작가들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수집했다. 그중에서도 클로드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은 이건희 컬렉션 외국 미술 작품 중 백미라고 할 수 있는 세기의 명작이다. 그밖에 주목할 수집품은 1950년대 이후 현대작가들의 작품들이다. 트웜블리, 로스코, 베이컨 등의 전성기 작품들이 수집되었다. 조각 부문 역시 로댕의 최후의 대작 〈지옥의 문〉을 비롯해 아르프, 자코메티, 헨리 무어 같은 현대미술의 굵직한 발자국을 남긴 작가들의 작품들이 있다. 특히 외국 미술 수집품들은 이건희 회장과 수집활동을 함께한 홍라희 관장의 취향까지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작품들이다.
“외국 작품들은 과거 우리나라에서 특별기획전 등으로 간간이 소개되긴 했지만, 우리 미술관의 상설전을 위한 수집품으로는 '이건희 컬렉션 기증품’이 최초다. 서구 선진국이나 일본 등지의 유명 박물관 또는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19~20세기 초의 명품들을 우리나라 안에서 상설 전시한다는 사실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 ”
컬렉션을 총괄한 책임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명작이 이건희 컬렉션이 되기까지 숨겨진 사연들
《이종선 관장이 말하는 이건희 컬렉션》은 수집된 명작을 소개하는 데에서 멈추지 않는다.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은 작품들에 얽힌 사연과 그 작품들을 지켜왔던 수집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데 있다. 이건희 회장과 20년간 함께한 저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명작에 숨겨진 이야기와 수집 과정에 얽힌 흥미로운 사연들이 작품마다 펼쳐진다.
고구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기와집 세 채 값인 6천 원을 주고 산 후, 집요한 일본인 수집가들의 유혹에도 끝끝내 반가사유상을 지키며 살다 호암미술관에 양도한 후 세상을 떠난 수집가 김동현의 이야기는 감동을 자아내고, 북쪽으로 넘어가 '김일성 컬렉션’이 될 뻔한 〈화조구자도〉를 실물도 못 본 상태에서 급하게 환수하는 에피소드는 수집가들 사이에서 숨가쁘게 펼쳐지는 첩보전 같은 수집 경쟁의 일면을 짐작하게끔 한다.
〈산숭해심, 유천희해〉 대련에 얽힌 사연도 흥미롭다. 본래 하나였던 작품이 오랫동안 두 개로 나뉘어 이산가족이 되었던 이유, 그리고 이건희 회장이 이 작품을 자신의 집무실에 걸어두었다가 “글씨가 너무 강해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이우환 화백의 조언으로 작품을 다른 곳으로 옮긴 사연도 밝힌다.
그밖에도 첫 만남에서 멜빵바지에 두 겹 와이셔츠를 입고 나타나 반말을 막힘없이 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예술가 백남준과의 일화, 지금은 국보가 된 백자 달항아리를 구입하기 위해 이건희 회장의 출근길을 막아선 일화, '특급이 있으면 컬렉션 전체의 위상이 덩달아 올라간다’는 이건희 회장의 명품주의에 따라 많은 작품을 수집하다가 홍라희 관장으로부터 “너무 많이 사는 게 흠”이라는 핀잔을 들은 일화 등 그동안 밝히지 않았던 수집 과정의 생생한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
그 전례 없는 규모와 높은 수준의 작품들로 구성된 '이건희 컬렉션’은 한국미술계의 역사를 다시 썼을 뿐 아니라 '미술사업을 통한 사회적 공헌’이 한국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큰 의의가 있다. 저자는 기증의 뜻을 살려서 계층과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라도 쉽게 명작을 향유할 수 있는 '좋은 미술관’을 만들
목차
들어가며
1부 이건희의 수집과 기증
빅 컬렉터 이건희
컬렉션의 수집 과정과 면면
미술관 건립, 그리고 기증
2부 이건희 수집품 명품 산책
한국 고미술
맑고 투명한 고려의 비색, 청자 양각죽절문 병
천 개의 손과 눈으로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님, 고려 천수관음보살도
우리 고대사의 실마리, 전 논산 청동방울 일괄
추사 김정희의 강한 글씨, 산숭해....+전체보기심, 유천희해 대련
장생장락의 희구, 십장생도 10곡병풍
순백자 특급 명품, 백자 달항아리
국보 같은 우정, 정선 필 인왕제색도
한 골동상의 집념으로 지킨 고구려 보물,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공사장에서 출토된 파편으로 가려진 진위, 백자 청화매죽문 항아리
단원 절세보첩의 보물, 소림명월도
자유와 해학의 극치, 분청사기 철화어문 항아리
찰나의 순간을 영원으로, 김시 필 동자견려도
조선 중기의 특별한 명품 청화백자, 백자 청화죽문 각병
일본에서 북송될 위기 직전에 구출한 그림, 이암 필 화조구자도
세필 민화 명품, 호피장막책가도
한국 근현대미술
조선 마지막 어진화사의 미인도, 간성
청전 수묵산수의 참맛, 귀로
한국적 실경산수의 표본, 내금강보덕굴도
원칙주의자 심산 노수현의 이상향, 계산정취
마지막 선비화가의 초기작, 청산백수
서양화의 주제를 활용한 한국화, 화실
역동적인 한국화의 교과서, 군마도
한국적 앵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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